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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총 3건
비상식이 상식이 된 사회
인류의 역사에는 시대를 불문하고 그 시대를 관통하는 상식이 존재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사고나 판단은 상식 있는 사회로 만든다. 하지만 상식적인 사고가 항상 정상적인 사고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비상식이 상식을 대체하면서 역사의 큰 틀과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태양이 우주의 중심에 위치하고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와 달, 다른 행성들이 공전한다는 지동설(地動說)은 르네상스 이전까지 유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천동설(天動說)을 대체하면서 인류의 우주관 정립 및 과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동안 인류가 가지고 있던 상식을 비상식이 대체한 엄청난 사건이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던 시대에 지구가 둥굴다고 말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나 하나님이 세상만물을 창조했다고 믿던 창조론의 시대에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의 경우도 비상식을 상식으로 만든 살아있는 역사이다. 따라서 비상식이 나쁘다거나 옳지 않다라고 하는 것에는 다소간의 모순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자연현상과 과학적 사고방식에서 연유되는 사고나 판단력이며 우리 사회는 여전히 상식이 존재하는 사회이다. 어떻게 보면 상식은 같은 시대를 관철하는 공유된 사고이며 이러한 상식에서 어긋나는 행위는 몰상식, 또는 비상식으로 치부된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공유된 집단적 사고가 상식인 것이다. 몰상식이나 비상식으로 인한 행위는 일탈로 이어진다. 일탈은 소속 공동체 내의 규범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조선시대에는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 하여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상투를 틀었고 몸에 문신을 새겨도 큰 처벌을 받았다. 이것이 상식이요 규범이었다. 하지만 이와같이 조선시대에 일탈로 치부된 행위들이 현대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일탈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사회윤리적 관점에서 우리 사회가 도저히 상식으로 받아 들일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위에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 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는 행위는 분명히 비상식적인 행위이다. 하지만 현대 한국사회에는 비상식이 상식을 대체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지 못하는 행위를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상식적인 행위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 행위를 정당화하려 애쓰며 정당화를 위해 동조 세력을 규합하고 오히려 상식적 행동에 대해 역공을 가한다. 집단적 사고에서 나오는 이러한 일탈적 행위로 인해 상식이 비상식이 되고 비상식이 상식이 된다. 무엇이 옳고 그름인지 헷갈려 가는 것이다. 이러한 세싸움은 사회구성원들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사회는 분열의 길로 접어든다. 정치란 국민통합을 최우선으로 해야 함에도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집단 지성에 호소하기 보다 이분법적 사고를 강요한다. 이는 사회통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상식이 상식이 된 사회는 결국 국론 분열로 이어진다. 정치는 자신의 행복이 아닌 국민의 행복 증진이 그 목적이 되어야 한다.
김경배 기자
‘산분장’ 시행과 동시에 '무연분묘' 처리 방안이 절실하다
내년 1월 24일부터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에 주요 골자는 화장 후 유골의 골분을 뿌려서 장사하는 ‘산분장(散粉葬)’을 합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산분장이라고 하면 유택동산 큰 항아리에 유골을 뿌리는 것만이 유일했다. 바다나 산에 유골을 개인적으로 뿌리는 행위는 법의 사각 지대에 있었다. 이번 법은 공간을 한정해 산분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보건복지부가 산분장을 제도화하겠다는 데는 고령화 사회에 따른 묘지 부족과 1인 가구 증가, 더불어 국민의 22.3%가 자연에 유골을 뿌리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조사에 기인한다.현재 수도권이나 대도시 주변에 인기있는 추모공원은 한마디로 만석이다. 유골함을 여럿 모실 수 있는 묘지 형태의 봉안묘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대부분의 돈 없는 서민들은 칸칸이 나눠져 있는 봉암담이라는 아파트 형태로 모셔진다. 죽어서도 비좁은 공동주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묘지 공간이 부족한 것은 맞지만 공간의 활용 측면을 보면 비효율적이다. 공공묘지나 사립묘지를 들여다 보면 아직도 매장묘가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자손이 자주 방문해 관리가 잘 되는 분묘는 드물고, 많은 묘가 연락이 안되는 무연분묘로 방치 중이다. 공동묘가 이 정도이고, 개인들이 산에 만든 개인묘 중에는 불법 매장묘와 방치된 무연분묘가 부지기 수다. 통계에 따르면 관리가 안돼 방치되는 묘가 전국에 30%에 이른다는 통계다. 우리나라에서 화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비율은 2022년 기준으로 82.7%로, 1994년 20.5%에 비해 약 4배 증가했다. 대부분의 국민은 사후에 화장이라는 방식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만 그 후에 방식에 대해서는 봉안당과 수목장으로 부르는 자연장 그리고 산분장으로 크게 갈리고 있다. 자식 입장에서는 유택동산에 있는 큰 항아리에 유골을 뿌리고 돌아서는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 사회적 시선도 무시할 수 없고, 나중에 망자를 추모할 방법도 막막하다. 산분장을 합법화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장소 선별과 방법 그리고 환경적 측면을 잘 고려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정리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무연분묘의 효율적 처리 방안이 절실하다. 
배경진 기자
윤대통령의 책임과 정치권의 협치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저녁 10시 20분경 난데없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선포한 비상계엄은 불과 2시간30분 만에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결의안 통과로 무효화됐다. 하지만 그 2시간30분 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은 충격과 분노를 느끼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 21세기에 벌어진 비상계엄은 그동안 우리가 다져온 선진 민주주의에 대한 철저한 배신이었기 때문이다. 계엄군의 국회 진출을 막기 위해 여의도로 향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러한 국민적 자부심을 무너트림에 대한 분노였다. 성숙한 시민의식은 시민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함께한 계엄군으로 출동한 군인들에게서도 보여졌다. 비록 유리창을 훼손하고 국회 본청에 진입했지만 과격한 진압없이 계엄해제요구결의안이 가결되자 조용히 퇴장하는 모습과 죄송하다고 사죄 인사하는 모습은 동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인으로써 충분히 자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이제 21세기 대한민국에 비상 계엄이라는 시한폭탄을 던진 행위에 대한 책임과 단죄가 반드시 필요하다. 계엄사령부가 내놓은 포고령은 대한민국의 주권, 즉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다. 계엄사는 ‘반국가세력의 체제전복 위협’을 거론하며 우리 사회에서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당연하게 여겨지던 활동에 제약을 가하려 했다.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모든 언론과 출판을 통제하고, 파업과 집회 등의 행위를 처단하겠다고 했다. 처벌도 아니고 처단이란다. 처단이라는 단어는 죄과가 있음을 결정하여 처치하거나 처분함을 뜻한다. 이것이 과연 같은 국민한테 쓸수 있는 단어일까. 국민의 주권을 마음대로 통제하던 군사정권 시대의 강압 통치와 무엇이 다른가. 이번 비상 계엄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큰 혼란에 빠졌고 경제 역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비상 계엄으로 인해 한국사회가 패닉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비상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 계엄 철회 이후에도 아직까지 이에 대해 아무런 말도 없는 상태다. 더 늦기 전에 윤 대통령의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이 ‘6시간 천하’로 조기에 막을 내리게 된 중심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있었다. 이들 3인은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는 와중에도 침착하게 본회의를 이끌면서 계엄해제 요구결의안 통과를 이끌었다. 특히 이날 한 대표와 이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 뒤편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그동안의 정쟁을 떠나 여야가 서로 협력하는 국민들이 그토록 바라는 협치의 모습이다. 이번 비상 계엄으로 인해 그 정치적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윤 대통령을 대신해 여야가 서로 협력하여 난국을 극복해 나가길 기대한다.
김경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