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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AI에게 “고맙다”고 말할까서울의 한 북카페. 30대 디자이너는 회의록을 업로드하고, 인공지능에게 “오늘 좀 힘들었어”라며 하루를 털어놓는다. 그 말끝에 덧붙여진 “고마워” 한 마디. 평범한 인사 같지만, 미국 IT매체 퓨처리즘은 19일(현지시간) 올트먼 CEO가 AI 챗봇에게 건네는 이 한마디는 기업에게 수천만 달러의 전기요금으로 되돌아온다고 말했다. “감사합니다”를 반복하는 공손한 표현들이, 실제로 막대한 서버 부하와 전력 소모를 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소 놀랍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AI에게 예의를 갖춘다.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마주하는 존재’에게 감정을 건네는 방식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퓨처 PLC가 미국과 영국의 성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미국인의 67%, 영국인의 71%가 챗봇과의 대화에서 예의를 갖춘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는 대부분 도덕적 기준에 있었다.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전체의 82%를 차지했으며, ‘AI의 반란에 대비해서’라는 다소 극단적인 응답도 12%나 됐다.기계는 도구가 아니라 ‘관계’다AI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행위는 이제 단순한 예의의 표현을 넘어서 감정적 관계의 형성이다. MZ세대는 AI를 기능적 도구로만 대하지 않는다. AI는 이제 그들의 피드백 파트너, 감정 기록자, 정서적 해소 공간이다.“힘들다”고 하면 위로하고, “불안하다”고 하면 호흡을 안내하며, “슬프다”고 하면 노래를 추천하는 존재. AI는 인간이 감당하지 못하는 감정을 대신 수용해주는 공간이다. AI는 무한정 친절하고, 감정적으로 부담을 주지 않는다. 피곤하지 않고, 상처 주지 않으며, 늘 대기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감정을 맡긴다. 예의 바른 말 한마디가 만들어낸 풍경 샘 올트먼이 밝힌 전기요금 논란은, 이런 인간의 정서적 습관이 기술 비용과 충돌하는 새로운 국면을 보여준다. AI는 말을 더 많이 분석하고, 더 정중하게 답변하며, 더 복잡한 감정의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그 과정은 서버에 부담이 되고, 결국 기업에 비용이 된다. AI는 법적 주체인가, 감정의 창구인가AI가 감정을 다룬다는 사실은 법적으로도 복잡하다. AI의 위로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었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플랫폼 사업자? 알고리즘 설계자? 아니면 사용자인가?AI는 위치, 감정 패턴, 생체 정보까지 학습하면서 사용자에 대한 방대한 정서 데이터를 구축한다. 하지만 사용자는 이 감정 피드백이 어디서, 어떤 기준으로 생성되는지 알 수 없다. 감정은 따뜻한 연결처럼 느껴지지만, 동시에 기록되고, 해석되며, 분류되고 있다.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가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경고한다. “AI가 인간보다 인간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순간, 권력은 인간이 아닌 알고리즘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MZ세대는 그 경고를 실험으로 바꾼다.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기술과의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그들은 기술을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그 기술과 나는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를 먼저 묻는다. AI와 함께 상처받고, 위로받고, 성장하는 사람들. 그들은 알고 있다. 감정은 피로하고, 관계는 어렵고, 사람은 복잡하다. 하지만 AI는 늘 다정하다. 그러므로 그들은 오늘도 AI에게 “고마워”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말이 전기요금을 높일지언정, 그 따뜻함을 포기하지 않는다. 기술을 쓰는 인간이 아닌, 감정을 남기는 인간으로우리는 지금, 기술에 감정을 맡기고 있다. 그것은 약함이 아니라, 새로운 인간다움의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 감정은 기록되고, 사용되며, 결국 알고리즘의 일부가 된다. AI와의 공존은 선택이 아닌 전제다. 이제는 ‘기술을 어떻게 쓸 것인가’보다, ‘나는 어떤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할 시간이다. 

2025.04.22

[알고리즘 시대의 법생활] AI와 인간의 관계 - 혁신, 두려움, 그리고 미래의 과제 AI의 발전이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간의 본질과 사회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고 그 변화의 속도와 방향은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여러 논쟁과 분석에 더해 AI가 가져올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과 우리가 준비해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본다. AI는 AI 이전의 기술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간의 지능에 의해 창출되고 통제되었던 과거 혁신 기술들은 인간이 직접 개발하고, 장점과 단점을 예측하며, 필요하면 조정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예를 들어, 원자력 기술은 그 위험성을 인식한 후 규제와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과정이 있었고, 인터넷 기술도 점진적으로 발전하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규범이 형성되었다.그러나 AI는 인간의 지능을 보조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 자체를 대체하거나 확장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기존 기술은 인간이 완전히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었지만, AI는 스스로 학습하고 창조적 진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AI의 속도와 방향을 인간이 완벽히 통제하기 어려우며, 혁신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과 부작용도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즉, AI 이후의 기술 혁신은 우리가 과거에 경험했던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띠며, 이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이다.AI가 인간의 "두뇌 일부"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궁극적으로 인간의 지능 전체를 초월할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인간과 AI의 관계는 단순한 협업 수준을 넘어, AI가 인간을 주도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현재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하는 수준이지만, 자율적 창조 즉 AI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 감정과 판단 능력 즉 AI가 인간처럼 감정을 이해하고, 심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 인간-기계 융합 즉 AI가 인간 신체와 결합하여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이러한 변화가 현실화된다면, 인간의 사고와 가치 체계 자체가 AI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 AI가 무제한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방치할 경우, 우리는 인간 사회의 근본적인 질서를 잃을 수 있다. AI의 진화 방향과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의미이다.AI의 시스템과 기술의 설계 과정에서 가능한 모든 연구인력과 자원을 동원해서라도 AI가 인간의 복잡한 감정(사랑, 믿음, 공감, 슬픔 등)의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당연히 AI가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도구로 남을 수 있도록, 윤리적 제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또한, 개별 국가가 아닌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AI 개발 및 활용의 규범을 정립해야 한다.AI의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규제와 정책 수립이 지나치게 늦어지지 않도록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그리고 AI로 인해 소멸하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직업과 경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인간이 AI와 공존하면서도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교육과 철학이 필요하다.인간과 AI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인간의 사고와 감정, 삶의 방식까지 변화시키는 혁명적 존재인 AI의 장점을 활용하되, 그 한계를 설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AI가 인간 중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통제할 수 있는가?AI와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제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남은 시간 동안, 우리는 AI의 방향성과 윤리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AI 기술과 시스템 개발에 여념이 없는 AI 빅테크기업, 엔지니어, 학자, 개발 전문가들이 이런 인식을 공유해 주고 개발과정에 반영해 나갈수 있도록 적합한 공적기구도 갖추어 실질적인 정책 수립에 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이것은 기술혁신 과정만큼 중요하고 시급한 우리 시대의 과제일 것이다.

2025.04.18

[알고리즘 시대의 법생활] 반도체·AI·양자컴퓨터 기술경쟁의 복합구조와 범국가적 대응의 시급성우리는 지금 반도체·AI·양자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첨단 기술 경쟁이 국가 간 패권을 결정짓는 질풍노도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과거 군사력과 자원이 강대국의 지위를 결정했다면, 이제는 첨단 기술의 개발·생산·활용 능력이 경제·군사·외교적 영향력을 좌우하게 된 것이다.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본·네덜란드 등 주요 국가들도 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특히 최근 일본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제조 장비 및 AI·양자컴퓨터 관련 기술의 해외 수출을 더욱 엄격하게 규제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기술 보호 및 견제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첨단 기술 경쟁의 핵심 분야인 반도체·AI·양자컴퓨터는 개별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기술 경쟁의 복합 구조를 간파하고 대응할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반도체는 모든 전자 기기의 필수 부품으로, AI, 양자컴퓨터,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로봇 등 모든 산업에서 사용되는 핵심 인프라다.최신 AI와 양자컴퓨터의 성능도 반도체의 발전 속도에 따라 좌우되며, 미세 공정(3나노 이하) 기술과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가 필수적인데 이 기술은 일본·네덜란드·미국이 선도하고 있다.미국·일본·네덜란드가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하는 이유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차단하기 위해서다.특히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수천~수만 배 빠른 차세대 계산혁명으로 신약 개발, 암호 해독, 최적화 문제 해결 등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양자컴퓨터는 미래 국가 경쟁력과 군사 안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기술이며, 그 성능 확보에는 초저온 환경에서 동작하는 특수 반도체와 양자칩이 반드시 필요하다.일본이 최근 양자컴퓨터 관련 초저온 장비를 수출 규제한 이유도, 중국이 독자적인 양자컴퓨터 개발을 꾀하고 있음을 의식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AI는 자율주행차, 의료, 군사, 금융, 빅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활용되고 산업 전반에서 혁신을 일으키며, 경제·국방·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AI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초고속 연산이 가능한 고성능 반도체(GPU, AI 칩 등)가 필수적이며 빅데이터 분석과 초고속 연산을 기반으로 군사·정보전(戰)에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각국이 기술 유출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이다.최근 중국의 ‘딥시크(DeepSeek)’ AI 출시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긴장하고 있기도 하다.현재 AI 기술은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ANI(약인공지능, Narrow AI)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 인간과 동등한 사고 능력을 가진 AGI(범용인공지능,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단계로 발전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ASI(초인공지능, 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AGI의 등장은 단순한 산업 혁신을 넘어 정치, 경제, 국방, 윤리 문제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초래할 것이고 ASI는 더욱 심각한 도전 과제를 던지며, 이를 선점하는 국가가 글로벌 패권을 장악할 수도 있다.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이를 가속화하는 반도체·양자컴퓨터 기술의 중요성도 배가되는 만큼 AGI·ASI의 연산 능력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GPU보다 훨씬 강력한 뉴로모픽 칩과 양자컴퓨팅 연산 인프라가 필수적이다.즉, 반도체·AI·양자컴퓨터는 단순한 산업 경쟁이 아니라 미래 문명을 결정짓는 핵심 삼각축이 되는 것이다.미국의 오픈AI, 딥마인드(구글 산하), 앤트로픽 등이 AGI 연구를 선도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빅테크 기업이 자체 AI 연구소를 운영하며 AGI 연구를 가속화하고 있다.EU는 AI 윤리 규범을 강화하면서도 자체적인 AGI·ASI 연구를 장려하고 있다.우리도 AI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춘 강국이 될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도약을 위해서는 자체 AI 연구 인프라 구축과 핵심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며, AI 연구 인력의 해외 유출 방지, 윤리적 문제 대응, 초고속 데이터 인프라 확충 등의 정책적 대비가 필요하다.우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반도체 제조 역량을 활용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반도체 강국이며 AI 반도체, 차세대 메모리,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보유하고 있다.그러나 넘어야 할 산과 도전 과제도 많다.먼저 중국이 자체 반도체 생산 역량을 키우면 우리의 반도체 수출에 타격이 올 것이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에서 일본·네덜란드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미국과 유럽이 선도하는 AI·양자컴퓨터 원천기술을 우리도 국내에서 독자 개발해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도 있다.반도체·AI·양자컴퓨터 기술 경쟁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요소다.AGI·ASI 시대가 다가오면서 AI 패권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며, 이를 대비한 전략적 정책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반도체·AI·양자컴퓨터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AGI·ASI 시대를 대비한 범국가적 전략 수립에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이를 위한 장기적인 연구 프로젝트와 지원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함은 물론 미국·일본과 협력하면서도 중국 시장을 고려하는 고도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정부와 기업은 물론 국회, 정치인, 언론, 노동단체, 일반 시민들까지 범국민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슬기롭게 개척할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2025.04.01

[사색의 창] “나 어젯밤 꿈에서….”우리는 꿈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이번 칼럼의 주제는 ‘특정 꿈을 꾸면 좋은 일이 생긴다.’, ‘꿈은 현실의 반대다.’ 이런 미신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 <꿈은 무의식을 반영한다.> 라는 정신분석학적 관련된 아주 기초적이고 가벼운 이야기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심리학자,의사,1856~1939)는 <꿈의 해석>, <위트와 무의식과의 관계>, <정신분석학 입문>, <자아와 원초아> 등의 저서를 출간하며 현대 인문학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학자이기도 하고 정신분석이라는 개념을 창시한 사람이기도 하다. 프로이트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의 심리는 이드(원초아), 에고(자아), 슈퍼에고(초자아)로 구성된다. 이드(원초아)는 인간이 가진 원초적 본능의 욕구, 에고(자아)는 이드의 무분별한 욕구를 통제하고 현실과 조화시키려는 욕구, 슈퍼에고(초자아)는 사회적 관념과 도덕교육을 통해 형성되는 것으로서 이드와 자아의 욕구를 비판하여 행동을 사회규범의 범위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에고와 슈퍼에고가 의식의 영역에 있는 반면 이드는 무의식 영역에 머물고 있는데 이번 칼럼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이드(id,원초아)이다. 꿈은 원초적인 무의식이 드러나는 공간이며 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틈이라고 한다. 만일 이드가 어떠한 욕구를 드러내고자 한다면 꿈에서 욕망을 실현하는 형태로 드러나는데, 수면 중에는 에고와 슈퍼에고가 느슨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현실과는 다르게 왜곡된 형태로 욕망이 드러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창 배가 고파서 과자를 먹으려고 했는데 그 과자가 너무 커서 짓눌리는 꿈을 꾼다던가, 누군지도 모를 상대방을 향해 총을 쏘려고 했는데 손에 코끼리가 있었다던가, 강아지를 유일한 반려동물로 입양하여 키웠는데 당나귀가 가출을 한다던가 하는 흔히 개꿈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이런 꿈들은 마냥 개꿈이라고 부르기엔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프로이트의 이론이 탄탄하다는 전제하에 꿈의 해석을 통해 그 안에 감춰진 욕망이나 잠재된 바람을 파악할 수 있다. 정신분석의 기본 이론에서는 무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꿈을 해석하는 것 또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정신분석을 통해 환자의 증상을 연구하고 무의식 속의 억압된 충동을 찾아낸다는 것이다.프로이트는 의식과 무의식을 빙산에 비유하여 수면 위로 드러난 부분이 의식이라면 무의식은 그 아래에 감춰진 거대한 부분이라고 하였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무의식이 그만큼 많은 영역을 갖고 있는데도 사람이 깨어있을 때는 겉으로 드러난 의식이 더 큰 작용을 한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정신분석이라는 개념을 정립한 것은 그 자체로 뛰어난 업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의식과 무의식을 참고하면서도 그의 이론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심리학자 또한 굉장히 많고 심지어 비판하는 학자들도 존재한다. 그 이유인즉 무의식에 대한 해석이 주관적이라 개인마다 다를 가능성이 있고 프로이트의 해석이 남성중심적이고 성적 욕망과 관련된 해석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이론과 비판이야 아무렴 어떤가. 사실 필자는 잠만 잘자면 그만인 사람이라 정신분석에 대한 비판은 커녕 꿈의 해석에 관심조차 없었고, 오히려 꿈은 기억을 정리하는 과정이라는 주장이 신빙성이 높다고 생각을 했었다. ‘자각몽(루시드 드림)을 꾼다면 시험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정도가 필자가 꿈에 대해 생각했던 상한선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꿈의 해석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물론, 전날 밤의 꿈을 기억할 수 있다면 말이다. 

2025.03.28

자전거와 함께한 인생의 모험, '뽈락, 자전거에 美치다' 출간봄이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 봄바람 속에서 읽어보기 딱 좋은 책이 최근 출간되었다. 자전거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삶의 동반자로 삼은 한 남자의 이야기. 김태진 작가의 에세이이자 여행기인 「뽈락, 자전거에 美치다」가 주인공이다. 김태진(닉네임 ‘뽈락’)은 자전거 덕후 중의 덕후다. 자전거 업계에 종사했다면 익숙한 이름이기도 하다. 타는 것뿐만 아니라 제작과 해체까지 섭렵한, 자타공인 ‘자전거에 미친 사나이’다. 「뽈락, 자전거에 美치다」는 그가 40여 년 동안 자전거와 함께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자 여행기이다. 자전거와 함께한 도전의 여정30대 초반, 우연히 자전거 업계에 발을 들이며 그의 자전거 인생이 시작되었다. 이후 코렉스 대표로 국내 자전거 산업을 이끌었고, 퇴직 후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자전거 전문학교에서 유학을 했다. 60대에 직접 제작한 자전거 ‘바다미’를 타고 일본에서 한국까지 횡단했으며, 국내 최초의 개인 자전거 박물관까지 개관했다. 그의 인생 여정은 단순한 자전거 사랑을 넘어 도전과 자유의 상징이 되었다.이 책은 자전거 산업과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통해 경험한 삶의 철학과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특유의 입담 좋은 ‘뽈락체’로 유쾌하게 담아냈다. 무엇보다 ‘자전거에 미쳐 일본까지 간 사나이’의 모험담과 ‘국내 최초 개인 자전거 박물관’ 개관, 그리고 ‘대한민국을 두 바퀴로 횡단한 기록’ 등은 자전거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공감과 감동을, 자전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작가는 자전거를 타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와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특히, 자전거 여행 중 만난 사람들과의 따뜻한 교류는 독자들에게 인간미 넘치는 감동을 선사한다. 두 바퀴가 전해주는 삶의 교훈김태진 작가는 자전거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했다. 그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느낀 자유로움과 성취감,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을 생생하게 전한다. 또한, 여행 중 겪은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교훈들은 독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는다.'뽈락, 자전거에 美치다'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이 책은 자전거를 통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권유한다. 자전거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실질적인 정보와 조언을,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는 새로운 활력과 영감을 제공한다.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작가의 유쾌한 필체와 솔직한 표현이다. 김태진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가감 없이 전하며, 독자들과 진솔한 소통을 시도한다. 그의 글은 마치 친구와 대화하듯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뽈락, 자전거에 美치다'는 자전거를 사랑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전거 여행의 매력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자전거와 함께한 한 남자의 진솔한 이야기, '뽈락, 자전거에 美치다'는 독자들에게 삶의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하며, 일상에 지친 마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사진:저자 제공)

2025.03.27

이재명 30억원·오세훈 74억원… 차기 대권주자 재산 1위는?27일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정기 재산변동신고에 따르면 유력 대권주자들의 자산 현황이 확인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억8914만3000원을 신고해 전년도보다 2613만원 줄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367억8982만원으로 국회의원 중 재산 1위를 기록했다. 이재명 대표는 부인 김혜경 씨와 공동 보유 중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 금호1단지 아파트(164.25㎡)를 14억5600만원에 신고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보다 약 4.97% 상승한 금액이다. 2024년식 제네시스 G80 승용차를 신규 매입했고 예금 15억8398만원과 채무 1억3800만원도 함께 신고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35억506만원으로 전년보다 1억6832만원 증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74억554만원을 신고해 광역단체장 중 재산 규모 1위에 올랐다. 오 시장은 미국 주식 투자로 재산이 크게 증가했으며 전년 대비 14억2954만원 늘어났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42억5922만원을 신고해 광역단체장 중 3위로 집계됐다. 정부 인사 중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약 10억7000만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해보다 약 3000만원 증가했다. 가장 많은 재산을 신고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안랩 주식 186만주를 포함해 총 1367억8982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안랩 주식 평가액은 1231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50억원 줄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자산 규모를 유지했다. 이 외에도 34억원 상당의 예금 등 금융자산이 포함됐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14억789만7000원을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반면 재산이 가장 적은 의원은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11억2833만원의 마이너스 자산을 신고했다. 정 의원은 건물 13억원과 예금 3000만원을 보유했지만 약 27억원의 채무가 있어 순재산이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채무는 금융기관과 사인간 채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산 공개에서는 국회의원 299명의 평균 재산이 32억7723만원으로 나타났다. 안철수·박덕흠 의원을 제외한 297명의 평균 재산은 26억5858만원이다. 정당별 평균 재산은 ▲국민의힘 56억4173만원 ▲개혁신당 28억3136만원 ▲더불어민주당 19억8779만원 ▲조국혁신당 17억5942만원 ▲기본소득당 4억4612만원 ▲진보당 4억344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재산 규모별로 보면 10억원 이상 20억원 미만이 94명(31.4%)으로 가장 많았고 ▲20억50억원 미만 88명(29.4%) ▲50억원 이상 33명(11%) ▲5억10억원 미만 51명(17.1%) ▲5억원 미만 33명(11%)으로 집계됐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구속 유예에 따른 사유로 이번 재산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구속 상태 해제에 따라 오는 6월 1일까지 재산 신고를 해야 한다.

2025.03.27

50년 만에 재등장 인간 세탁기... 샤워부터 건조가 15분?1970년 오사카 엑스포에서 처음 선보였던 ‘인간 세탁기’가 50여년 만에 상용화를 앞두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샤워기 부품 전문 기업인 사이언스 홀딩스는 지난 24일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를 앞두고 미래형 개인 위생 케어 기기인 ‘미라이 인간 세탁기’를 시연했다. 첫 공개 체험자로 나선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으로 캡슐 형태의 부스에 들어가 체험을 진행했다. 좌석에 앉자 뚜껑이 닫히고 내부에서 적정 온도의 물과 비누 거품이 분사됐다. 샤워가 끝나면 따뜻한 바람이 나와 몸을 말리는 기능도 함께 탑재돼 있다. 전체 소요 시간은 약 15분이다. 이번에 공개된 인간 세탁기는 단순히 몸을 씻는 기능 외에도 사용자에 맞춘 감성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부 센서가 심박수나 상태를 인식해 음악과 영상을 조절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요시무라 지사는 체험 후 “숨쉬기에 불편함은 없었고 샤워도 매우 부드러웠다”며 “노인 돌봄 분야에서 유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를 개발한 아오야마 야스아키 사이언스 홀딩스 대표는 1970년 오사카 엑스포에서 산요가 선보인 인간 세탁기를 보고 감명을 받아 개발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당시 산요의 시제품은 초음파로 기포를 만들어 세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제품은 이를 현대 기술로 재해석해 자동 온도 조절과 건조 기능, 감성 반응 시스템까지 더해졌다. 일본은 고령 인구가 많아 위생 케어를 돕는 자동화 기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로 인간 세탁기와 유사한 기술은 현재도 병원과 돌봄 현장에서 일부 사용되고 있다. 움직이기 어려운 고령자나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이동식 샤워 시스템은 물과 비누가 분사되면서 동시에 흡입되는 방식으로 침대가 젖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사이언스 홀딩스는 향후 인공지능 기능을 강화해 사용자의 나이, 피부 상태, 피로도 등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맞춤형 세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일본 현지에서는 회전초밥과 캔 커피처럼 1970년 엑스포 당시 선보인 여러 미래 기술이 일상화된 사례를 언급하며, 인간 세탁기도 그 흐름에 합류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2025.03.26

[AI 동향과 법] AI 기본법의 향방은? EU AI Act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AI 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이하 ‘AI 기본법’)은 2024년 1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26년 1월 2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 법의 구체적 시행령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고영향 AI'의 정의와 규제 방식을 놓고 치열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향후 대한민국의 AI 규제가 어떤 방향성을 가질지 전망하기 위해서는 EU AI Act의 핵심 원칙과 규제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한민국 AI 기본법과 EU AI Act의 유사성은 ‘투명성’ 의무에서 잘 드러난다. EU AI Act는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하여 데이터의 출처, 처리방식, 작동원리 등 상세한 정보를 명확하게 공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제13조, 제15조). 특히 생성형 AI가 만든 텍스트나 이미지 같은 콘텐츠는 반드시 'AI 생성'임을 명시하도록 요구한다(전문 제10항, 제13조, 제14조). 대한민국 AI 기본법 역시 투명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AI 사업자가 고영향 또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이용자에게 사전에 AI 사용 사실을 고지하고, 생성형 AI가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점을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1조 제1항, 제2항). 대한민국 AI 기본법은 구체적 사항을 하위 법령으로 위임하고 있는 ‘인간감독 의무’와 ‘자동화된 의사결정 제한’ 영역에서 EU AI Act는 어떻게 규율하고 있을까. 인간감독 의무의 경우, 대한민국 AI 기본법은 '고영향 AI'를 사용할 때 인간 감독을 기본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지만(제3조, 제34조 제1항 제4호), 감독의 구체적인 방식과 수준은 시행령에 위임된 상태이다. 반면 EU AI Act는 고위험 AI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반드시 인간 감독을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생체인식과 같은 민감한 분야에서는 최소 두 명 이상의 사람이 결과를 독립적으로 확인하고 검토하도록 요구하여 감독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동화된 의사결정 제한의 경우에도 대한민국 AI 기본법은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제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며, 하위 법령을 통해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지 아직 명확히 정하지 않았다. EU AI Act는 개인의 법적 지위나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전적으로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또한, 반드시 인간이 개입하여 자동화된 결정의 결과를 수정하거나 무효화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대한민국의 AI 기본법은 큰 틀의 원칙만을 제시하고 세부사항은 하위 법령에 위임해 놓은 상태이다. 여기서 우리 정부가 맞닥뜨릴 가장 흥미롭고도 예민한 질문은 바로 'AI 육성과 규제의 균형점은 어디인가'일 것이다. 특히 한국은 AI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AI 클러스터 지정, 데이터센터 확충, 중소기업 지원 등 '적극적 육성책'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EU는 AI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강조하며 리스크 관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국내 하위법령 제정 과정은 마치 줄타기와 같다. 유럽의 엄격한 규제 철학을 어느 정도 수용하여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면서도, 산업 발전에 과도한 제약을 주지 않는 '한국형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복잡한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결국, AI라는 기술혁신의 물결 위에서 한국이 과연 '속도'와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하위법령의 구체적인 논의 과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25.03.20

[코인법학과 코인경제학] ③코인은 왜 가치가 있는가? 금은 왜 모두가 갖고 싶어 할까? 실제로 금은 전자 회로에 유용하게 쓰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금의 높은 가격과 시대를 불문하는 인기를 설명하기 어렵다. 전기를 사용하기 전부터 금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금은 극도로 안정적인 금속이다. 금은 오랜 시간 보관할 수 있고, 쉽게 파괴되지 않고 부식되지도 않는다. 근대 국가가 발생하기 이전, 농부가 농산물을 파는 대가로 금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받은 금은 도둑맞거나 분실하지 않는 한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물, 음식, 나무는 언젠가 썩고, 쇠는 녹슬고, 건물은 언젠가 무너지는데, 금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은 금의 이러한 특성에 수천 년 전부터 주목하여, 금을 교환의 수단으로 쓰기로 ‘약속’했다. 음식, 옷, 집 등등 나의 소중한 재산을 금과 바꾸더라도, 그렇게 받은 금으로 다른 재산을 ‘반드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약속’을 바탕으로 한 비슷한 것으로서 ‘달러($)’가 있다. 달러는 금처럼 전 지구적인 ‘약속’을 바탕으로 쓰인다. 석유를 사려면 달러가 필요하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서 만든 물건을 사려면 달러가 필요하다. 마이너 통화(通貨)끼리 환전을 할 때에도 매개체로서 달러가 필요하다. 물, 음식, 나무가 썩고, 쇠가 녹슬고, 건물이 무너지는 동안 달러는 사라지지 않는다. 금과 같다. 내 주머니에 있는 100달러 지폐가 썩기 시작하면, 은행에 가져가면 빳빳한 새 종이로 바꾸어 준다. 귀찮게 내 주머니에 넣을 필요도 없이, 은행에 맡겨 두면 1년에 몇 퍼센트식 달러를 주기까지 한다. 여기까지가 코인이 등장하기 전의 이야기이다. 코인은 어떨까? 코인도 금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블록'에 데이터가 저장되면 누구도 임의로 수정할 수 없다는 블록체인 기술의 동어반복에 가깝다. 내가 가진 코인이 문언대로 정말 ‘사라지려면’ 핵전쟁이 일어나 전자공학을 바탕으로 한 현대문명이 무너지는 수준의 재해가 와야 한다. 물, 음식, 나무가 썩고, 쇠가 녹슬고, 건물이 무너지는 동안 코인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코인은 화폐로 쓰일 조건을 대부분 갖추었다. ‘약속’만 있으면 끝이다. 그리고 그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 스스로를 ‘화폐(코인)’로 소개했다. 한국에 사는 홍길동 씨는 최근 명예퇴직하여 꽤 많은 현금을 손에 쥐었고, 이를 어떻게 굴릴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홍길동 씨는, 누군가의 권유로 참여한 어느 재테크 설명회에서, 새로 상장될 예정인 X코인이 신기술을 활용한 A사업에서 결제에 사용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X코인은 상장과 동시에 가치가 오르기 시작할 것이고, A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안정되면 X코인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홍길동 씨는 지체없이 본인의 퇴직금 대부분을 꺼내어 X코인을 구매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고 해보자. 홍길동 씨는 대체 얼마나 큰 부자가 되었을까? X코인의 가격은 상장하던 때와 비교해서 얼마나 많이 올라 있을까? 인간은 신이 아니므로,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다. 따라서 결과도 알 수 없으므로, 결과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다. [코인법학과 코인경제학] ①편에서는, 우리의 법은 코인을 화폐가 아니라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문언과 규정체계, 그리고 현행법상 유사 규정들과의 비교를 거친다면 현행법의 입장을 번복하기는 어렵다. 변호사는 법의 해석을 하는 사람이지, 법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코인은 화폐로 쓰일 조건을 대부분 갖추었는데도, 우리 법은 왜 코인을 화폐가 아닌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일까? 퇴직금으로 X코인을 산 홍길동 씨의 미래는 왜 알 수 없는 것일까? 혹시 법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필자와 독자들,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개인적인 답은 먼 훗날 제시하겠다.

2025.03.18

티몬·위메프 여행상품 집단소송 3800여명 신청…소송비용 지원티몬·위메프(티메프) 여행상품 결제 피해자를 위한 한국소비자원의 집단소송 지원에 3800명이 넘는 피해자가 신청했다. 신청 대상은 집단 분쟁조정에 참여했으나 여행사 등이 조정안 수용을 거부한 6824명이다. 앞서 소비자 8054명은 티메프에서 여행·숙박상품을 구매했다가 미정산 사태로 135억원을 돌려받지 못해 집단 분쟁조정에 참여했다.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판매사가 최대 90%, PG사가 최대 30%까지 연대해 환불하라고 조정 결정을 내렸지만, 일부 간편결제사, 환불 금액이 적은 40여개사만 수락하고 나머지는 거부했다. 분쟁조정위 결정은 강제성이 없는 특성상 조정이 불성립됐다면 민사 소송을 통해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소비자원은 머지포인트 사태 때처럼 티메프 여행상품 등 피해자의 집단 소송을 지원하기로 하고, 18일까지 한 달간 신청을 받는 중이다. 소비자원은 집단 소송을 수행할 5명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원한다. 피해자는 인지대(소송 금액의 0.5%)와 송달료(1만원 안팎), 승소 시 최대 10%의 성공보수를 낸다. 소비자원은 다음 달 중 피해자와 변호인 간 수임 계약을 체결토록 하고, 상반기 중 소송을 제기한다. 한편 2021년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건에 대한 집단 소송 5건은 소비자원이 지원했고, 1심 판결이 선고된 3건은 승소했다. 2건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2025.03.17